30대 중반의 1년차 개발자의 1년 회고

개발자로 커리어를 변경하고 일하기 시작한 지 1년이 지났다. 그렇게 고대하고 고대했던 1년이 지났다. 

'1년쯤 지나면 나는 꽤나 많이 성장해있겠지?', '이것저것 다 할 줄 알겠지?', '개발에 대한 어느 정도 감이 잡혀있겠지?' 등의 나 스스로가 가졌던 기대들이 많았다. 간단하게 써머리 해보자면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운 성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성장을 안 했다고는 못하겠지. 어쨌든 '경험치'를 얻었으니깐 말이다. 아직까지도 어디론간 이직을 한다고 했을 때, '신입'의 타이틀을 떼지 못하는 상태인 30대 중반의 신입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회고이자 여러 가지 느낀 점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1. 개발일로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바로 하나다.

 

"아~! 나 이 일을 질리지 않게 하면서도 먹고살 수 있겠다!"

 

'개발일'이 생각보다 나에게 잘 맞다고 느낀 것이다.

 

의류 디자이너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패션업계에서 다양한 직군으로 일을 했었고, 30대 중반 초입에 '개발'직군으로 커리어를 변경했다.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을 때 급격하게 한건 아니었고 어느 정도 일과 병행해서 공부를 시작했었기에 나 스스로에게는 이 직군으로 먹고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실제로 현직에 있었을 때 견딜 수 있을까가 궁금했다. 실제로 커리어를 급격하게 변경해서 적응 못 하는 친구들을 몇 명 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나는 괜찮았다. 사실 괜찮은 것 이상이었다. 일을 하다 보면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그 스트레스받는 일을 풀어내고 나면 느끼는 희열감! 이거면 스트레스도 어느 정도 지워내고 성취감을 느낀다. 

 

이 일을 하면서 한번 더 느낀 게, 개발에 집중하고 다른 신경 쓸 일이 없다. 

무언가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을 때 거기에 대한 깊은 생각은 할지언정 다른 생각은 잘 안 하게 된다. 예전 직장에서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 싶은데... 어쨌든 정답이 있다. 나는 거기에만 집중해서 할 일만 하면 된다. 

 

 

2.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

 

주변 사람들도 말이 많이 갈리는 부분이다. 실제로 경력직으로 들어오셨던 시니어분 중 한 명은 스타트업은 아닌 것 같다며 학을 떼고 이직을 하셨고, 다른 시니어분은 또 다른 흥미로운 스타트업으로 이직하셨다. 현재 일하고 있는 회사는 작은 스타트업인데, 입사할 때 다른 회사에서 연봉을 더 준다고 했지만 여기를 택 했을 정도로 흥미로운 아이템 + 직접적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좋은 회사다. (물론, 그 동료가 반 이상 사라졌지만... 🥲 )

 

나는 개인적으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다 보니 작은 단위의 개발에 내가 써보고 싶은 라이브러리를 쓴다던가 하는 것에 대한 자유로움은 좋다고 생각한다. 단지 방향성에 따라서 회사가 얼마든지 휘청할 수 있다는 걸 느껴서 불안정함이 살짝 있다는 것 정도가 단점이랄까? 요즘 들어서 본연의 '개발' 직 외에도 다른 직무일까지 살짝궁 경계를 넘어서며 요청이 들어오려고 하는데 뭐 스타트업에서 그 정도야  - 

 

 

3. 신입 개발자의 성장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상관없이 '발전' & '성장'이라는 단어를 개발계에서 빼먹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내가 많이 성장했다기보다는 1여 년간 내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게 기여를 했던 '경험치'를 이야기해보려 한다. 

 

-앱 프론트

회사에서 일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취업 전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시작한 앱 구현 프로젝트는 dart라는 언어를 기반으로 한 'flutter' 프레임워크를 사용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다 보니 자연스레 앱 프런트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예기치 못한 상황에 '플러터'를 하게 되었다. 뭐든지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앱 개발이지만 분명 다른 언어, 다른 프레임워크, 라이브러리를 만났을 때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고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아직 더 공부가 필요하지만 새로운 것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망설임과 두려움을 없애준 프로젝트이다.

 

-화면 그 넘어

회사에서 업무를 보며 실질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서비스의 흐름이고, 프론트가 정보를 넘겼을 때 백단에서 어떻게 처리할까? 이다. 백단 일을 왜 궁금해? 라고 할 수 있지만 개발을 하고 서비스를 체크하다보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는거다.🤔 나도 DB에서 쿼리짜서 데이터를 찾아보고 싶기도하고, 데이터끼리 가지는 관계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궁금' 해한다는 것부터가 조금씩 발전하려고 하는 부분 중 아닐까? 해서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스로에게 시간을 주면서 그것들을 살펴보게했다. 그런데 정말 하나도 모르겠는게 문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프론트가 프론트 일을 잘하는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 것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돌아보면 분명 도움 되는 것들을 얻게 될 것이다. 

 

-VC와 미팅

말했다시피 작은 스타트업을 다니고,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여러 vc들을 마주할 경험들도 꽤 있었다. 국내보단 해외 쪽 vc 들이였지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흔한 것은 아니니깐. 어떤 식으로 투자를 유치하려고 하는지 귓동냥으로 듣기도 하고 보기도 하고. 창업을 할 생각이 없지만 분명 좋은 경험이고 이것 역시나 나의 성장에 기여했다고 본다. 

 

 

4. 앞으로 해야할 것

이 부분은 정말 고민이 많다. 고민을 계속하며 걔 중에 제일 나은 답을 찾고 있다.

30대중반이라는 나이를 무시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살다보니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개발자로 이 사회에서 살아나가야할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몇 달 전에 육아휴직으로 인한 괴롭힘으로 세상을 등진 네이버 개발자의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물론 이건 '개발직'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고 어떤 사람들은 '흔한게 아니야~'라고 할 수 있지만 대한민국에서 30대 여자가 자신의 힘으로 평생을 살아갈 미래 계획을 세운다면 어쩔 수 없이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발전하는 기술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한다는 걸 나이가 지긋한 시니어 개발자님들을 보면서 배웠다.

그리고 나이가 깡패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들의 '이직'을 옆에서 지켜봤다. 내가 봤을 땐 저분들은 진짜 아직도 현역으로 날아다니실 분인데 저분이랑 일하면 그 아래 연차 개발자도 많은걸 배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와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들에게 '이직'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나에게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그저 미리미리 준비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